아이가 PC게임을 하기까지

중2 아들, 초 5 두 아들이 있다.
활동력도 왕성하지만 게임에 대한 몰입도 또한 대단하다.

첫째인 중2아들은 플레이스테이션과 닌텐도 스위치를 통해 게임에 입문하였으며, 중학생이 되면서 친구들과 주말 제한된 시간동안 PC방을 다녀오는 정도의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제한된 시간이긴했지만 나름의 만족감은 부모와 아들, 서로에게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가며 친구들은 집에서 저녁시간 부모의 동의하에 실시간으로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할 수 있는 상황인지라 비교가 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마냥 저녁 늦게까지 혼자 PC방에만 있을수도 없고, 코로나로 인한 시대적 상황이 (이미 컴퓨터를 사야될 것이라 부모는 이미 논의하고 준비하고, 감지했지만) 컴퓨터를 살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더 많이 만들어주었다.

부모의 바람은 게임을 적정히하고, 공부도 잘하고 이러면 좋겠지만 그런 마음은 ‘If-Then’의 조건인 지라, 예를들어 용돈을 주며 ‘공부 잘하라고 주는거야’, 컴퓨터를 사주며 ‘공부 잘 하라고 사주는 거야’, ‘말 잘 들으라고 주는거야’ 등등의 조건을 말한다. 그런 조건이라면 반대하며 반항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물론 일부는 멋지게 관둬라 말할 수 있겠지만). 하지만 이는 부모의 조건에 대해 순간을 넘기기 위한 것이지, 그 약속은 서로에게 큰 의미는 없을 것이다. 물론 부모도 형식적인 말일 경우가 대부분일테고. 더군다나 매번 부모-자식간 감시할 것도 아니고. 우리 부부는 오랜 논의와 대화 그리고 합의하게 컴퓨터를 사는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대신 그냥 컴퓨터를 사주는것이 아니라 아이가 하고자 하는 게임에 필요한 사양을 찾아보고 부품하나하나 알아가며 조립하는 것이면 좋겠다는 생각에 컴퓨터 게임에 대한 이해(스킬보다 게임에 대한 훌륭한 태도를 지닌)가 충분한 친구에게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도움을 청했다.

물론 친구는 흔쾌히 동의해주었고고, 그 작업을 수행함에 있어 아들과 부모에게 좋은 멘토가 되었다. 준비과정 하나하나 서로에게 질문과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친구의 첫번째 질문과 제안이 인상적이었다.

우선 인터넷 게임을 해서 얻는 가장 큰 의의를 물어봐주시고요. 교우관계가 가장 큰 목적이라면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되 전체적인 규칙을 정하고 시작할 필요가 있겠지요.

  • 이용가에 맞는 게임을 할 것.
  • 유료 아이템 결제할 시 사전에 고지하고 할 것. (월 얼마 정도로 테두리를 정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 이용시간을 정하고, 그날의 과업을 다 했을 경우 더 하는 것에 대해서도 협의
  • 인터넷 게임은 끝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언제 그만 둘지에 대해서 고민할 것(교우관계가 목적이면 또래들이 다른 게임하면 자연스레 바뀌긴 할 거 같아요)
  • 인터넷 게임 말고도 게임의 세계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어떤 게임이 있는지 탐색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말것
  • 인터넷 게임 2시간 하면 최소 스위치 게임 1시간을 할 것

그렇게 구입용 완제품이 아닌 게임용 PC(물론 이후 학업과 연계도 염두해두고 있었지만)의 부품을 구입하고 조립 하기로 서로 이야기 나누었다. 단 ‘피씨를 갖고 싶은 마음은 쉬 사라지지 않을 테니, 실속있게 그러나 엣지있게 피씨를 만들어보는 쪽으로…’,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법이니 학업과 일생생활에서 책임감을 다하는 것은 당연히’

만일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우린 용산을 돌아다니며 필요한 부품을 하나하나 구입해가며 드레곤볼을 모으는 과정과 흡사하게 조립을 하려했으나, 코로나가 심각한 상황인지라 인터넷을 통해 부품 하나하나를 따로 구매한 뒤 부품이 다 모아지면 조립을 하기로 협의했다. 이 과정에 부모가 아이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늘 선한 영향력을 주는 나의 멘토 또한 생각을 모아주기로 했다.

부모+친구+멘토+그리고 당사자인 중2아들.
컴퓨터 조립과 게임을 하기 위해 모여진 팀이라 볼 수 있다. 예산과 상황에 맞게 그리고 부품구입, 조립시기를 정하고 서로가 역할을 해나갔다. 부품구입은 부모가 하고 배달과 조립은 멘토의 집에서. 그리고 배달이 완료되는 시점에서 다같이 모여 조립하고 시연하는 것으로.

뭐 사람일이 다 그렇지만 예상대로 착착 진행되진 않는다. 그러나 사람일이니까 상황에 대처하면 되는 즐거움이 있다. 부품이 없거나 배달이 지연되거나. 하나하나의 과정이 모아진 뒤 부품이 다 모였고, 우리는 멘토의 집에서 조립을 하기 위해 만났다. 멘토의 집에 들어가자마자 표현하지 못했지만 놀라지 않을수가 없었다. 박스포장제거 뿐 아니라 바로 작업할 수 있는 작업대, 조명, 장갑에 공구까지. 멘토는 늘 이런 태도가 너무 당연하다 말하지만, 어렸을 적 게임하나 하는데, 무덤덤하게 환경을 만들어준 어른을 만나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놀라운 경험이었다.

사실 아이가 이 과정에서 성장하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지만 아이보다 부모인 내가 더 진지해지는 시간이었다. 이 과정에 함께 모인 친구와 우리는 컴퓨터 조립의 전문가는 아니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 주위사람들의 도움, 그리고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서로 이야기 나누며 각자의 역할의 조합이 참 좋았다. 뭔가 다 해결해주는 멘토가 아닌 함께 고민해나가는 멘토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하루만에 작업은 완성되지 못했다. 하루만에 조립이 되고, 게임을 멋지게 할 모습을 상상한 아들의 실망은 있었겠으나, 과정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조바심을 막을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 어떤 원망도 없었고, 하루 더 고민해보겠다는 친구의 말에 아이는 더 큰 신뢰를 보내는듯했다. 새벽까지 다양한 시도를 했으나, 아쉽게 하루를 더 기다리기도 했다.

헤어져 잠들무렵 한통의 문자가 날아왔다. 펜이 힘차게 돌아가는 영상과 함께
“경호야 저녁에 보자”

기다림에 잠을 설쳤지만 다음날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우린 모였고, 아들은 컴퓨터의 시작 버튼을 가볍게 눌러주었다. 힘차게 컴퓨터의 펜이 돌기 시작했고, 그토록 자기의 PC로 게임을 하는 모습을 상상했던 아들은 현란한 손기술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헤어질 무렵 친구는 아들에게 자신이 쓰던 키보드를 주며, 교양있는 게이머가 되길 당부했다. 지금 아들은 매일 게임을 하지만 교양을 지켜가며, 친구의 바람대로 하루하루 즐겁게 지내고 있다.

아들이 살아갈 세상이 어떨지 나는 사실 모른다. 다만 내가 살았던 세상과는 다른 환경에서 아들을 살아가고 있다. 오락실을 전전하며 놀꺼리를 찾았던 나의 과거 경험으로 아들에게 감히, 충고하거나 조언하고 싶지 않다. 대신 이런 과정 하나하나가 아들이 성인이 된 나중에 또 다른 아이를 만났을 때 어떤 태도를 취할 지 선한 영향이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나도 멘토의 태도를 보며 닮아가듯, 아들도 친구에게 많은 영감을 받지 않았을까.
아님 말고.

p.s 아! 나의 멘토는 아들에게 교양있는 게이머의 간지를 위하여 무선헤드폰을 선물했다.

글. 김승수(한국바커스 사무국장)

아이가 PC게임을 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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